북극성, 하늘의 고정점 — 천문학과 항해의 역사

밤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별을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북극성(Polaris)을 떠올릴 것입니다. 가장 밝은 별도 아니고, 가장 큰 별도 아닌 이 평범해 보이는 별이 왜 인류 역사 내내 특별한 지위를 누려왔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북극성의 정체를 현대 천문학의 눈으로 살펴보고, 나침반이 없던 시대에 사람들이 이 별을 어떻게 방향과 위치의 기준으로 삼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북극성은 어떤 별인가?

작은곰자리의 알파성
북극성은 작은곰자리(Ursa Minor)의 알파성으로, 국제천문연맹의 정식 명칭은 Polaris입니다. 작은곰자리는 흔히 "작은 국자" 모양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극성은 이 국자의 손잡이 끝에 해당하는 별입니다. 밤하늘에서 위치를 찾기가 비교적 쉬운 편으로, 큰곰자리(북두칠성)의 국자 앞쪽 두 별(메라크와 두베)을 잇는 선을 약 5배 연장하면 북극성에 닿습니다. 옛 항해자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밝기는 겉보기등급 약 1.98등급으로, 전체 밤하늘 별 중에서는 40위권 정도에 머무는 그리 밝지 않은 별입니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관측 방식에 따라 추정치가 다소 갈리지만, 대체로 약 430광년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 자전축과 천구의 북극
북극성이 특별한 진짜 이유는 밝기나 크기가 아니라 위치 때문입니다.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돌고 있는데, 이 자전축을 하늘 쪽으로 무한히 연장한 가상의 점을 천구의 북극(North Celestial Pole)이라고 부릅니다. 현재 이 천구의 북극은 우연히도 북극성에서 불과 0.5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합니다. 보름달 지름의 약 한 배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각도입니다.

즉, 북극성이 본질적으로 다른 별과 다른 것이 아니라, 지구의 자전축이 가리키는 방향에 우연히 매우 가까이 있는 별일 뿐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우연한 위치 덕분에 북극성은 인류에게 수천 년간 하늘의 고정점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실은 홀로 있지 않은 별 — 다중성계
맨눈으로 보면 북극성은 하나의 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소 세 개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입니다.
  • 폴라리스 Aa: 우리가 보는 빛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성으로, 태양보다 약 5배 무겁고 반지름은 약 37배에 달하는 초거성입니다.
  • 폴라리스 Ab: Aa 바로 옆에 붙어 도는 가까운 동반성으로, 너무 가까이 있어 지상 망원경으로는 오랫동안 구분되지 않다가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직접 확인되었습니다.
  • 폴라리스 B: 이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도는 동반성으로, 1780년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이 소형 망원경으로 처음 발견했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이라는 정체
폴라리스 Aa는 천문학적으로도 중요한 존재인데, 바로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이기 때문입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별 자체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로, 이 변광 주기와 실제 광도(밝기) 사이에 매우 정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20세기 초 헨리에타 리비트에 의해 밝혀지면서 우주의 거리를 재는 "표준 촛불"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폴라리스는 약 3.97일 주기로 밝기가 미세하게 변하며, 흥미롭게도 20세기 후반 관측 자료를 보면 이 변광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천문학자들의 지속적인 관심 대상이기도 합니다.

2. 북극성은 정말 움직이지 않을까?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하고 밤하늘을 몇 시간 동안 장노출로 촬영하면, 별들이 마치 한 점을 중심으로 거대한 동심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듯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별의 일주운동' 사진입니다. 그런데 이 원의 중심에 가까운 곳에는 유독 거의 움직이지 않는 별 하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북극성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있습니다. 북극성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구 자체가 자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가 자전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우리 눈에는 별들이 그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자전축의 연장선에 위치한 천구의 북극 근처에 있는 별은 이 회전의 '축' 부근에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거의 자리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팽이가 돌 때 팽이 축 중심 부분은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가장자리는 빠르게 도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완전히 고정된 것은 아니다 — 세차운동
다만 북극성이 '영원히' 하늘의 중심을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의 자전축 자체가 팽이가 서서히 기울어 돌듯 아주 느리게 원을 그리며 방향을 바꾸는데, 이를 세차운동(precession)이라 부릅니다. 이 한 바퀴의 주기는 약 25,800년에 달합니다. 그 결과 천구의 북극이 가리키는 방향도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바뀌고, '북극성' 자리를 차지하는 별도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가 건설되던 기원전 3000년경에는 용자리의 투반(Thuban)이 북극성 역할을 했고, 서기 14000년경에는 거문고자리의 밝은 별 베가(Vega)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 폴라리스는 천구의 북극에 계속 가까워지고 있어 2100년경 가장 가까운 지점(약 0.45도)을 지난 뒤, 다시 서서히 멀어질 것입니다.

3. 북극성은 왜 '북쪽'을 알려주는가?

나침반이 발명되기 전, 인류에게 밤하늘의 북극성은 방향을 알려주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표지였습니다. 태양이나 달과 달리 밤새도록 거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사막을 건너는 대상(隊商), 먼 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 육로를 이동하는 여행자 모두에게 방향 감각을 유지시켜 주는 등대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 항해: 지중해, 인도양, 대서양을 오가던 고대와 중세의 항해자들은 밤하늘의 북극성을 기준 삼아 배의 침로를 유지했습니다. 아랍 항해자들은 '카말(kamal)'이라는 간단한 도구로 북극성의 고도를 측정했고, 이는 이후 아스트롤라베와 육분의로 발전했습니다.
  • 사막 여행: 별다른 지형지물이 없는 사막에서는 낮에는 태양, 밤에는 북극성이 방향을 잡아주는 유일한 기준이었습니다.
  • 육상 이동과 순례: 유목민이나 순례자들 역시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북극성을 참조점으로 삼았습니다.

북극성의 고도 = 관측자의 위도
여기서 한 가지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관측자가 지평선 위로 바라보는 북극성의 고도(각도)는, 그 관측자가 있는 지점의 북위도와 거의 일치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북극성은 천구의 북극 바로 근처에 있으므로, 지구 위 어느 위도에서 관측하든 그 별의 하늘에서의 높이는 관측자가 지구의 북극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즉 위도와 기하학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 적도(위도 0°)에서 보면 북극성은 지평선에 거의 붙어 있습니다.
  • 위도가 높아질수록 북극성은 하늘에서 점점 더 높이 올라갑니다.
  • 북극점(위도 90°)에 서면 북극성은 머리 바로 위, 즉 천정(天頂)에 위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위도 약 37°N)에서 북극성을 보면 지평선에서 약 37도 정도 떠 있는 위치에서 관측됩니다. 이 원리 덕분에 옛 항해자들은 육분의나 아스트롤라베로 북극성의 고도를 재는 것만으로 자신이 대략 몇 도의 위도에 있는지, 즉 적도로부터 얼마나 북쪽에 와 있는지를 상당히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방법은 경도 측정법이 확립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대양 항해에서 위도를 파악하는 표준적인 방법으로 쓰였습니다.

정리하며

북극성이 특별한 것은 이 별 자체의 물리적 속성 때문이 아니라, 지구 자전축의 연장선에 우연히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는 기하학적 우연 때문입니다. 이 우연 하나가 인류의 항해술과 방향 감각, 나아가 문명의 이동사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시선을 동양으로 돌려, 같은 북극성이 동아시아의 전통 천문학에서는 어떻게 이해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자미성(紫微星)과 자미원(紫微垣), 그리고 하늘의 질서를 땅 위의 황제와 연결 짓던 동양의 우주관 속에서 이 별이 지녔던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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